
남한산성, 두 신하의 엇갈린 붓끝
1636년 겨울, 청나라 대군이 조선을 침략하였다.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였고, 성 안에서 두 갈래의 목소리가 맞섰다. 하나는 끝까지 싸우자는 척화론(斥和論)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을 인정하고 화의(和議)를 받아들이자는 주화론(主和論)이다. 척화론의 중심에 김상헌(金尙憲)이 있었고, 주화론의 중심에 최명길(崔鳴吉)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역사적 위기 앞에서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였고, 각자의 신념을 한시(漢詩)에 담았다.
2027 수능특강 2부 11강(p.78)은 김상헌의 성패관천운(成敗關天運)과 최명길의 정차관군동(停車觀軍動)을 나란히 배치하여, 같은 시대의 위기를 다루면서도 전혀 다른 가치관을 표현한 두 한시를 비교하도록 구성하였다. 병자호란은 수능 문학에서 반복 출제되는 핵심 소재이다. 이 글에서는 두 작품의 내용과 표현 기법을 정리하고, 수능 출제 가능 관점을 분석한다.
작품 개요와 깊이 읽기

김상헌의 생애와 척화론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안동, 호는 청음(淸陰)이다. 병자호란 당시 예조판서로서 남한산성에서 인조를 호종하였다. 청나라에 항복하는 국서가 작성되자 이를 찢고 통곡하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화의가 성립된 뒤에도 끝까지 항복을 거부하였으며, 이후 청나라 심양에 끌려가 6년간 억류되었다. 풀려나 귀국한 뒤 좌의정에 올랐으나 사양하였다. 심양에서 청인들조차 김상헌이라는 이름은 감히 함부로 부를 수 없다고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문집 청음집(淸陰集) 40권에 시문이 수록되어 있으며, 심양 억류기의 시문을 모은 설교집(雪窖集)이 별도로 전한다. 심양으로 압송될 때 읊은 시조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성패관천운(成敗關天運)은 성패는 하늘의 운수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시작하는 한시이다. 제목 자체가 작품의 핵심 주제를 압축한다. 전쟁의 승패는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늘의 뜻에 달린 것이니, 패배하더라도 의리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화자는 결과에 상관없이 명분과 절의를 지키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고 본다. 비장한 어조와 단호한 의지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최명길의 생애와 주화론
최명길(崔鳴吉, 1586~1647)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전주, 호는 지천(遲川)이다. 병자호란 당시 이조판서로서 남한산성에서 인조를 호종하였다. 김상헌이 국서를 찢자 최명길은 그 조각을 주워 다시 이어 붙여 국서를 완성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 최명길은 명분보다 백성의 생존과 나라의 존속을 우선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주화론을 주장하였다. 최명길은 이때 강화의 문서를 찢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 되지만, 찢어진 문서를 맞추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응수하였다. 화의 성립 후 실리 외교를 통해 조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였고, 영의정까지 올랐다. 문집 지천집(遲川集) 19권이 전한다. 광해군 말기에 양명학에 경도되어 명분보다 현실과 변통을 중시하는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차관군동(停車觀軍動)은 수레를 멈추고 군사의 움직임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시작하는 한시이다. 전쟁의 현실을 직시하는 화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눈앞의 전장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상황을 관찰하면서, 싸움의 명분이 아니라 전쟁이 초래하는 실질적 피해에 주목한다. 명분을 내세워 끝까지 항전하는 것이 과연 백성을 위한 길인지를 묻는 화자의 고뇌가 드러난다. 김상헌의 비장한 어조와 대비되는 현실 인식과 고민의 무게가 이 작품의 특징이다.
두 작품 비교 — 같은 위기, 다른 선택
성패관천운과 정차관군동은 병자호란이라는 동일한 역사적 상황에서 쓰인 작품이지만, 화자의 가치관과 태도가 정반대이다. 김상헌은 성패를 하늘에 맡기고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의리라고 본다. 결과와 무관하게 명분과 절의를 지키는 것이 신하의 도리이다. 최명길은 전쟁의 현실을 직시하고, 명분보다 백성의 생존을 우선한다. 항전이 가져올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굴욕적이라도 화의를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충의라고 본다.
표현 기법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성패관천운은 하늘의 운수, 의리, 절개 같은 관념적 어휘를 사용하며 단호하고 비장한 어조를 유지한다. 정차관군동은 군사의 움직임, 전장의 풍경 같은 구체적 현실을 관찰하는 시선에서 출발하여 고뇌와 탄식에 이른다. 전자가 명분의 논리라면, 후자는 현실의 논리이다. 수능특강이 이 두 작품을 한 강에 배치한 것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신념에 따라 달라지는 화자의 태도를 비교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기출 분석과 심화 학습
평가원 기출 경향과 출제 포인트
김상헌의 성패관천운과 최명길의 정차관군동이 직접 출제된 평가원 기출은 2017~2026학년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병자호란은 수능 문학에서 반복 출제되는 핵심 소재이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는 박씨전이 출제되었다. 병자호란에서 패전했던 조선 사람들의 욕망을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보기에서 패전했던 병자호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조선 사람들의 욕망이라는 분석틀이 제시되었다. 이 관점은 김상헌의 절의론과 맞닿는다. 패배의 굴욕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당대인의 심리가 작품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김상헌의 성패관천운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는 이정환의 비가(悲歌)가 출제되었다. 병자호란 직후 심양에 잡혀간 세자를 그리는 마음과 충정을 담은 연시조로, 전란 후 상황에 대한 견해가 복합된 작품이었다. 이 기출에서 병자호란 이후의 정서와 충의 표현이 출제 포인트였다는 점은, 김상헌·최명길의 한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관점이다.
두 작품의 비교 구도는 수능의 대비 문항에 매우 적합하다. 같은 역사적 상황에서 대립하는 두 화자의 가치관(명분 vs 실리, 절의 vs 현실)을 비교하는 문항, 보기에서 척화론과 주화론의 역사적 맥락을 제시하고 작품에 적용하는 문항이 예상된다.
학술적 배경과 연계 학습
김상헌과 최명길의 대립은 한국사에서 가장 유명한 논쟁 가운데 하나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심양 옥중에서 재회하여 시를 주고받으며 화해했다는 사실이다. 최명길은 군심여석종난전 오도여환신소수(君心如石終難轉 吾道如環信所隨), 즉 그대 마음 돌 같아 끝내 돌리기 어렵고, 나의 도는 둥근 고리 같아 때에 따라 돈다고 읊었다. 이 시 교환은 상반된 입장이 모두 나라를 위한 것이었음을 상호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학술 연구로는 박수밀(2019)의 병자호란의 상흔과 청음 김상헌의 심양 억류 체험 고찰(한국문학과 예술), 심경호(2008)의 지천 최명길의 문학과 사상에 관하여(한국한문학연구, KCI 등재)가 대표적이다. 한명기(명지대)의 최명길 평전(보리, 2019)은 최명길을 선택적 원칙론자로 재평가하였다. 두 인물의 대립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2007)과 같은 제목의 영화(2017)에서 문학적·영상적으로 재구성되었다.
병자호란과 관련된 고전 시가 연구는 풍부하다. 두 작품을 함께 읽으면 동일한 역사적 사건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형상화되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수능특강에서 함께 배치된 박씨전, 비가, 삼학사전 등 병자호란 관련 작품과 연계하여 학습하면 이 시대 전체에 대한 입체적 이해가 가능하다.
핵심 정리 & 학습 팁
핵심 키워드 정리
성패관천운 — 갈래: 한시 | 작가: 김상헌(1570~1652), 안동김씨, 호 청음 | 배경: 병자호란, 남한산성 | 주제: 성패는 하늘에 맡기고 의리를 지킴(척화론) | 핵심 태도: 명분·절의 중시, 비장한 의지 | 핵심 대립: 결과(승패) vs 도리(의리)
정차관군동 — 갈래: 한시 | 작가: 최명길(1586~1647), 전주최씨, 호 지천 | 배경: 병자호란, 남한산성 | 주제: 전쟁의 현실을 직시하고 백성의 생존을 우선(주화론) | 핵심 태도: 현실 인식, 고뇌와 실리 추구 | 핵심 대립: 명분 vs 백성의 생존
수능 대비 체크포인트
1. 두 화자의 가치관 차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김상헌은 결과와 무관하게 명분과 절의를 지키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고 본다. 최명길은 명분보다 백성의 생존과 나라의 존속이 우선이라고 본다. 이 대립이 비교 문항의 핵심축이다.
2. 역사적 맥락을 보기 문항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보기에서 병자호란의 배경, 척화론과 주화론의 쟁점이 제시되면 이를 작품의 화자 태도와 연결해야 한다. 2017학년도 수능의 박씨전 보기에서 패전에 대한 백성의 심리가 분석 관점으로 제시된 것과 같은 패턴이 예상된다.
3. 한시의 형식적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한시는 함축적 표현과 대구가 핵심이다. 제목(성패관천운, 정차관군동)이 곧 시의 주제를 압축하며, 한자 어구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내용 이해의 출발점이다.
4. 2017학년도 수능의 박씨전·임장군전 기출과 2018학년도 수능의 비가 기출을 반드시 풀어 보아야 한다. 병자호란 소재의 출제 패턴(전쟁 체험의 문학적 형상화, 충의와 절의 표현, 허구와 역사의 관계)을 파악할 수 있다.
5. 수능특강 2부 11강(p.78)의 두 작품을 읽은 뒤, 화자의 가치관(명분 vs 실리), 전쟁에 대한 태도(항전 vs 화의), 어조(비장 vs 고뇌)라는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하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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