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향한 두 충신의 노래
약속을 저버린 임금에게 원망의 노래를 지어 잣나무에 걸었더니, 나무가 누렇게 시들어 버렸다. 8세기 신라의 신충이 지은 원가의 배경 설화이다. 800년 뒤인 16세기, 전란의 한복판에서 이순신은 피난 간 임금을 걱정하며 "비록 죽는다 해도 사양하지 않으리"라고 읊었다. 시대도 갈래도 다르지만, 두 작품에는 임금을 향한 충신의 마음이라는 공통된 정서가 흐른다.
2027 수능특강 2부 1강에 함께 수록된 이 두 작품은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의 전통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고전 시가이다. 원가는 향가, 진중음은 한시로 갈래는 다르지만, 임금과 신하 사이의 관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함께 학습할 가치가 크다. 이 글에서는 두 작품의 핵심을 정리하고, 기출 경향과 출제 포인트까지 살펴본다.
두 작품 깊이 읽기

원가(怨歌) — 신충(信忠)
원가는 신라 효성왕(재위 737~742) 때 신충이 지은 10구체 향가이다. 삼국유사 권5 '신충괘관조(信忠掛冠條)'에 배경 설화와 함께 전한다. 현재 8구까지만 남아 있고 마지막 2구(후구)는 결락되어 전하지 않는다.
배경 설화는 이렇다. 효성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 신충과 함께 궁정의 잣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며 "뒷날 왕위에 오르면 그대를 잊지 않겠다"라고 잣나무를 두고 맹세하였다. 그러나 효성왕이 즉위한 뒤 약속을 잊고 신충을 등용하지 않자, 신충이 원망의 노래를 지어 잣나무에 걸었다. 그러자 나무가 누렇게 시들어 버렸고, 이를 본 효성왕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신충을 등용하였다.
연못의 물결에 일그러지는 달 그림자, 물결에 밀려나는 모래처럼 소외당한 자신의 처지를 자연물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원가의 핵심적인 표현 기법은 세 가지이다. 첫째, 잣나무를 의인화하여 왕과의 맹세를 증명하는 증인이자 징계의 매개로 활용한 의인법이다. 잣나무는 상록수로서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는데, 이것이 왕의 약속의 영속성을 상징한다. 나무가 시드는 것은 곧 약속이 깨졌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둘째, 자연물을 통한 비유법이다. 연못, 물결, 달 그림자, 모래 등의 자연물을 통해 소외된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셋째, 향가의 주술적 성격이다. 노래를 잣나무에 걸자 나무가 시들었다는 설화는, 향가가 초자연적 힘을 지닌다는 당대의 인식을 반영한다. 혜성가(彗星歌) 등과 같은 계열로 이해할 수 있다.
원가는 임금의 약속 위반에 대한 원망과 간접적 항의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표현 방식이 직접적 비판이 아닌 자연물을 매개로 한 우회적 호소라는 점에서 충신연주지사의 원형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진중음(陣中吟) — 이순신(李舜臣)
진중음은 임진왜란 중 이순신(1545~1598)이 군진에서 지은 오언율시(五言律詩)이다.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에 수록되어 전한다. 선조가 의주로 피난하고 세자가 북쪽으로 피난했다는 소식을 접한 상황에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읊은 한시이다.
孤臣憂國日 壯士樹勳時
외로운 신하가 나라를 걱정하는 날, 장사가 공훈을 세워야 할 때로다
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산에 다짐하니 초목이 알아듣네
讐夷如盡滅 雖死不爲辭
원수 오랑캐를 모두 멸할 수 있다면, 비록 죽는다 해도 사양하지 않으리
진중음의 구성은 점층적으로 고조된다. 1~2구에서 임금의 피난과 세자의 위태로운 처지라는 상황을 서술하고, 3~4구에서 외로운 신하로서의 심정과 공훈을 세워야 한다는 다짐을 토로한다. 5~6구에서는 바다와 산에 맹세하니 어룡과 초목이 감응한다는 과장법으로 결의를 강화하고, 7~8구에서 죽음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선언한다. 대구법이 일관되게 사용되어 한시의 격식미를 갖추면서도, 비장한 정서가 전편을 관통한다.
이순신은 무장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문인이었다. 진중음 외에도 다수의 한시를 남겼으며, 7년간의 전쟁을 기록한 난중일기(亂中日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또한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로 시작하는 한산도가(閑山島歌)는 청구영언에 전하는 시조로, 전란 속 장군의 고뇌와 우국충정을 담고 있다.
기출 분석과 심화 학습
작가 중심 기출 경향
신충의 원가와 이순신의 진중음은 2017~2026학년도 평가원 기출에서 직접 출제된 적이 없다. 두 작품 모두 수능에서 아직 다뤄지지 않은 신규 소재인 만큼, 출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사한 정서와 갈래의 기출을 살펴보면, 충신연주지사 계열의 작품은 수능에서 반복적으로 출제되어 왔다.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는 조우인의 자도사(自悼詞)가 출제되었다. 이 작품은 임금에게 충언하는 시를 쓴 죄로 옥에 갇힌 상황에서 지은 가사로, 원가와 마찬가지로 임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자도사 출제 시 보기 문항에서는 "작가가 임금에게 충언하는 시를 쓴 죄로 옥에 갇혔을 때 지은 가사"라는 작가 정보가 제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문항이 출제되었다.
이순신의 다른 작품인 한산도가 역시 수능에서 직접 출제된 적은 없으나, 고전시가 영역에서 무장의 우국충정을 다룬 작품은 꾸준히 출제되어 왔다. 시조의 경우 충절·연군 주제를 다룬 작품이 빈출되며, 이때 핵심은 화자의 처지와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두 작품이 출제된다면 다음과 같은 관점이 유력하다. 첫째, 화자의 시적 상황과 정서 파악이다. 원가의 경우 약속을 저버린 임금에 대한 원망, 진중음의 경우 전란 속 우국충정이 핵심이다. 둘째, 표현 기법 비교이다. 자연물을 매개로 한 우회적 표현(원가)과 직접적 결의 표명(진중음)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항이 가능하다. 셋째, 보기에서 충신연주지사의 개념을 제시하고 두 작품에 적용하는 문항이 출제될 수 있다.
학술적 배경과 연계 학습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원가' 항목에 따르면, 이 작품은 현전하는 향가 25수 중 하나로서 10구체 향가의 형식을 보여 주는 귀중한 작품이다. 향가가 정치적 소외에 대한 문학적 대응의 도구로 활용된 초기 사례이며, 충신연주지사의 원형적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충신연주지사의 계보를 정리하면, 신라의 물계자가·실혜가·원가에서 출발하여 고려의 정과정(정서), 조선의 속미인곡(정철)·견회요(윤선도)로 이어진다. 이 계보를 파악하면 고전시가 영역에서 충절 주제의 작품이 출제될 때 비교 감상의 기반이 된다. 학술논문 「충신연주지사의 이해와 사적 전개」(KISS 학술논문)는 이 계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이순신의 문학 세계에 대해서는 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된 한시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진중음은 무장이 전장에서 지은 한시라는 점에서, 문무를 겸비한 조선 사대부의 이상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난중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2013)된 것은 이순신의 기록이 역사적·문학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님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례이다.
수능특강에서 이 작품들과 함께 학습하면 효과적인 작품으로는 같은 2부에 수록된 규원가(허난설헌, p.261)가 있다. 규원가는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작품으로, 임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원가와 상통한다. 또한 충신연주지사의 전통을 공유하는 정철의 속미인곡, 윤선도의 견회요와 비교하여 학습하면 고전시가의 주제적 흐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핵심 정리 & 학습 팁
핵심 키워드 정리
원가: 갈래 — 10구체 향가(8구 현전) | 작자 — 신충(信忠) | 시대 — 신라 효성왕 | 주제 — 임금의 약속 위반에 대한 원망과 항의 | 핵심 기법 — 의인법(잣나무), 자연물 비유, 주술적 성격
진중음: 갈래 — 오언율시(한시) | 작자 — 이순신(李舜臣) | 시대 — 조선 선조, 임진왜란 | 주제 — 전란 속 우국충정과 죽음을 불사하는 결의 | 핵심 기법 — 대구법, 과장법(어룡·초목의 감응), 점층적 구성
수능 대비 체크포인트
1. 원가의 배경 설화(잣나무 맹세 → 약속 불이행 → 노래를 걸자 나무가 시듦 → 등용)를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 보기에서 배경 설화가 제시되고 작품을 해석하는 유형이 출제될 수 있다.
2. 진중음의 점층적 구성(상황 서술 → 심정 토로 → 결의 표명 → 각오 선언)을 파악하고, 각 부분의 핵심 구절을 정리해야 한다.
3. 두 작품의 공통점(충신연주지사적 정서)과 차이점(우회적 호소 vs 직접적 결의)을 대비하여 정리해야 한다. 복합 지문으로 함께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4. 충신연주지사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충신이 임금을 그리워하며 지은 노래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임금으로부터 멀어진 상황이 전제된다.
5.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22~27번(조우인 자도사 포함)을 풀어 보면, 충신연주지사 계열 작품의 출제 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 수능특강 2부 1강(p.46)의 작품을 읽은 뒤 위 체크포인트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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