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나라에 기쁜 일 많아 / 울지를 못하는 함경도 사내" — 해방이 되었는데 왜 울지 못한다는 걸까? 이용악의 「하나씩의 별」은 1945년 해방 직후, 화물열차 지붕 위에 몸을 실은 귀향 동포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해방의 감격 속에서도 현실의 비참함이 해소되지 않는 유이민의 비애를 절제된 어조로 포착한 이 시는 2027 수능특강 문학 1부 7강에 수록되어 있다. 교술 갈래로 분류되는 만큼, 서정시와는 다른 시선으로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작품의 핵심 표현과 구조, 교술 갈래의 의미, 그리고 수능 대비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 보겠다.
1. 작품 개요
작가 소개
이용악(李庸岳, 1914~1971)은 함경북도 경성 출신의 시인으로, 서정주·오장환과 함께 '조선 시단의 3재(才)'로 불린 인물이다. 일본 조치대학(上智大學)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귀국하여 신문사·잡지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시를 썼다. 함경도 국경 지대의 척박한 삶, 만주·간도로 흩어진 유이민의 비애를 서사적 기법으로 형상화하여 '북방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백석과 함께 1930년대 중·후반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된다.
작품 기본 정보
- 갈래: 교술 (수능특강 분류) / 자유시·서사시적 성격
- 성격: 관찰적, 증언적, 절제된 비애
- 주제: 해방의 감격 속에서도 해소되지 않는 유이민의 비애와 귀향의 역설
- 수록: 2027 수능특강 문학 1부 7강(p.32)
- 시집: 『이용악집』(1949)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 우리 제각기 드러누워 /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화물열차 지붕 위에 드러누운 사람들이 각자 하나씩의 별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집단적 비극 속 개인의 고독이 응축된 이 구절이 시의 시작이자 끝을 이룬다.

2. 작품 깊이 읽기
시의 배경: 해방 직후의 귀향 열차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1945년 해방 직후이다. 일제 강점기 동안 만주(간도)·중국·러시아 등지로 이주했던 조선인들이 해방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포착하고 있다. 당시 약 140만~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해외 동포들이 열악한 교통편을 이용해 귀국했는데, 화물열차 지붕 위에 몸을 싣는 것은 그 실상을 보여 주는 구체적 장면이다. "무엇을 실었느냐 화물열차의 / 검은 문들은 탄탄히 잠겨졌다"라는 첫 구절은 사람이 탈 수 없는 열차에 사람이 올라타야 하는 상황, 즉 유이민의 사회적 위치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다양한 출신지의 열거: 서사적 확장
2연에서는 열차 위의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열거된다. "두만강 저쪽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 쟈무스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 ... / 남도 사람들과" — 여기서 '쟈무스'는 중국 헤이룽장성의 도시(자무쓰)로, 당시 만주 유이민 집결지 가운데 하나이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명을 나열함으로써 유이민의 규모와 범위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민족적 경험임을 보여 준다. "북어쪼가리 초담배 밀가루떡이랑 / 나눠서 요기하며"라는 구절에서 토속적이고 구체적인 음식물을 통해 궁핍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그것을 나누어 먹는 행위에서 공동체적 연대가 묻어난다.
"울지를 못하는 함경도 사내": 역설의 핵심
이 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구절은 3연의 "나라에 기쁜 일 많아 / 울지를 못하는 함경도 사내"이다. 해방은 분명히 기쁜 일이지만, 화자는 울 수가 없다. 해방의 감격에 눈물을 보이기에는 현실이 너무 참담하고, 현실의 서러움으로 울기에는 나라의 경사가 너무 크다.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어느 쪽으로도 감정을 터뜨릴 수 없는 이 역설적 상황이 시의 정서적 핵심이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 헐벗은 채 돌아오는"이라는 표현 또한 해방이 가져다준 변화와 변하지 않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화물열차와 별의 대비
시의 공간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땅 위를 달리는 화물열차는 불안정한 이동, 유랑, 현실의 고단함을 상징하고, 하늘의 별은 고정된 것, 변하지 않는 것, 각자가 품은 희망이나 소원을 환기한다. "제각기 드러누워 / 한결같이 쳐다보는"이라는 표현에서, 처지는 모두 다르지만(제각기)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점(한결같이)은 공통이다. 그러나 제목 '하나씩의 별'이 말해 주듯, 각자가 바라보는 별은 결국 저마다의 것이다. 공동의 처지 속에서도 개인의 고독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슬라브의 늙은 병정": 시대적 증언
4연에 등장하는 "총을 안고 볼가의 노래를 부르던 / 슬라브의 늙은 병정"은 해방 직후 한반도 북부에 진주한 소련군 병사를 가리킨다. 이 병사가 "잠이 들었나"라고 묘사되는 장면은 전쟁과 이동에 지친 존재가 또 하나 있음을 보여 주면서, 해방이라는 역사적 전환이 조선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사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3. 수능·평가원 기출 분석
이용악 작가의 기출 이력
이용악의 작품은 수능·모의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출제되어 온 작가이다. 「하나씩의 별」은 2020년 10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출제된 바 있으며, 같은 작가의 「그리움」이 2021학년도 수능 43~45번 문항에서 출제되었다.
2021 수능에서 이용악의 「그리움」은 유본학의 「옛집 정승초당을 둘러보고 쓰다」와 함께 출제되었고, 보기에서 "고향은 창작의 원천이 되는 공간"이라는 관점이 제시되었다. 이용악에게 고향(함경도 경성)은 척박한 국경 지역이면서도 언젠가 돌아가야 할 근원적 공간으로 그려진다는 해석이 핵심이었다.
출제 포인트 정리
이용악의 작품에서 수능이 주로 묻는 관점은 다음과 같다.
- 화자의 정서와 태도: 직접적 감정 표출 대신 상황 묘사로 비애를 전달하는 방식
- 고향·유이민 모티프: 떠남과 돌아옴, 고향의 의미
- 서사적 기법: 구체적 인물·장소·사물의 나열을 통한 현실 재현
- 역설적 정서: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복합적 감정 상태
교술 갈래의 기출 경향
교술 갈래 작품은 평가원 시험에서 매년 1~2편씩 꾸준히 출제되고 있다. 현대 수필(박이문 「눈」, 김용준 「조어삼매」, 김훈 「겸재의 빛」)과 고전 산문(설·기·논·서간)이 번갈아 출제되며, 최근(2024~2026)에는 고전 기(記) 장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씩의 별」처럼 시 형식이면서 교술로 분류되는 작품은 글쓴이의 관찰자적 태도와 현실 기록적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문항의 핵심이 된다.
4. 심화 감상 & 관련 작품
왜 '교술'인가
수능특강에서 이 작품을 교술로 분류한 이유는 조동일의 4갈래론에 근거한다. 교술은 서정·서사·극에 이은 네 번째 범주로, "작품 외적 세계의 개입에 의한 자아의 세계화"를 특성으로 한다. 이 시는 화자의 주관적 정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해방 직후 귀향 열차라는 특정 시공간의 구체적 장면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서정적 자아의 감정 전환보다 현실에 대한 증언이 전면에 놓이는 구조이다.
문학사적 의의
이용악은 본인 스스로가 함경도 출신으로 유이민의 삶을 직접 경험한 시인이다. 문학평론가 곽효환은 이용악의 시를 "3인칭 관찰자로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문학적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같은 열차 위에 있으면서도 감정을 절제한 관찰자로 기능하는 화자의 태도는 이용악 시의 고유한 특질이다. 백석이 관찰자적 거리에서 민중의 삶을 포착한다면, 이용악은 그 삶 안에 있으면서 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교 감상할 작품
-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같은 작가의 대표작으로, 유이민의 비애를 서사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 이용악 「그리움」: 2021 수능 출제작.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다룬다
- 이용악 「낡은 집」: 귀향 모티프가 담긴 시집 표제작
- 백석 「여승」: 유이민 여성의 삶을 서사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이용악의 시와 비교 감상에 적합하다
5. 핵심 정리 & 학습 팁
갈래: 교술(자유시) | 성격: 관찰적·증언적 | 주제: 해방 속 유이민의 비애와 귀향의 역설 | 핵심 기법: 수미상관, 역설, 대비, 감정 절제
수능 대비 체크포인트:
- 수미상관 구조(1연과 4연의 반복)가 시에서 어떤 효과를 만드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나라에 기쁜 일 많아 / 울지를 못하는"에 담긴 역설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 화자가 감정을 직접 토로하지 않고 상황 묘사로 비애를 전달하는 방식(감정 절제)을 이해해야 한다.
- "갈 때와 마찬가지로 / 헐벗은 채 돌아오는"에서 해방 전후의 대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 교술 갈래의 특성(현실 관찰·기록·증언)이 이 작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정리해 둔다.
수능특강 교재 p.32에서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위 체크포인트를 하나씩 확인해 보자. 같은 작가의 「전라도 가시내」, 「그리움」, 「낡은 집」도 함께 읽어 두면 이용악 작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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