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BS문학

백문보 「율정설」 감상과 수능 대비 포인트 — 수능 문학 고전 산문 정리

by 노랭양말 2026. 3. 11.
반응형

들어가며

누군가 집 앞에 밤나무를 심고, 그 밤나무에서 이름을 따 정자의 이름을 지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고려 말 문인 백문보는 친구 윤택이 밤나무 숲 옆에 지은 정자 '율정(栗亭)'에 대해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밤나무의 생태적 특성에서 인간 삶의 깊은 이치를 끌어냅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밤나무처럼, 더디더라도 꾸준히 나아가는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2027 수능특강 문학 1부 6강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설(說)이라는 갈래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 주는 작품인 만큼, 수능 문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꼼꼼하게 읽어 두어야 합니다.

## 1. 작품 개요

### 작가 소개

백문보(白文寶, 1303~1374)는 고려 말기의 성리학자이자 문인입니다. 그의 문집인 담암일집(淡庵逸集)에 수록된 작품들은 고려 말 사대부 문학의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백문보는 유학적 교양을 바탕으로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고, 이를 인간의 삶에 연결하는 글쓰기에 능했던 인물입니다.

### 작품 기본 정보

- 갈래: 설(說), 한문 산문
- 성격: 교훈적, 유추적
- 주제: 밤나무의 생태적 특성에 빗대어 대기만성의 삶의 가치를 설파



> "그 기틀을 세우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으나 그 성취하는 것이 뒤에는 쉽게 된 것이니, 대개 이 밤나무의 꽃과 열매와 같은 점이 있다."

작품은 윤 상군(윤택)이 자신의 집 옆 밤나무 숲에 '율정'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연에서 시작하여, 글쓴이 백문보가 밤나무의 이치를 통해 윤택의 삶을 해석하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 2. 작품 깊이 읽기

### 율정(栗亭)의 유래와 윤택의 선택

윤 상군(윤택)은 곤강 남쪽에 집터를 마련합니다. 집 동서쪽에 밤나무 숲이 울창하여 그곳에 집을 짓고 '밤나무 정자'라는 뜻의 '율정'이라 이름을 붙입니다. 성안에 사는 사람들이 주택에 밤나무를 심는 것을 드문 일로 여기는데, 윤 공은 집을 사기만 하면 밤나무가 있는 곳을 골랐습니다. 봄에는 꽃이 어른거리고, 여름에는 잎이 우거져 그늘이 되며, 가을에는 열매가 입에 가득하고, 겨울에는 껍질을 모아 땔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계절 내내 쓸모가 있는 나무를 곁에 둔 셈입니다.

### 밤나무의 이치: 어려움과 쉬움, 느림과 빠름

이 작품의 핵심은 백문보가 밤나무의 생태적 특성에서 삶의 이치를 끌어내는 대목입니다. 밤나무는 뿌리와 싹과 꽃과 열매가 나고 자라고 피고 맺히는 데 어려움과 쉬움, 빠름과 느림이 제각각입니다. 유독 밤은 만물 중에서 가장 늦게 나는 나무입니다. 심기가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자라기만 하면 쉽게 성장하며, 잎이 매우 늦게 피지만 피기만 하면 쉽게 녹음을 이루며, 꽃이 매우 늦게 맺히지만 맺히기만 하면 쉽게 풍성해지며, 열매가 매우 늦게 열리지만 열리기만 하면 쉽게 거둘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역설적 이치입니다. '이지러지고 채워지며 빠지고 더해지는' 것이 사물의 이치를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느리고 어렵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그 결실은 빠르고 풍성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밤나무가 보여 주는 자연의 법칙입니다.

### 밤나무와 윤택의 삶: 탁물우의의 구조

백문보는 밤나무의 이치를 윤택의 삶에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윤 공은 과거에 합격했을 때 나이가 이미 서른이 넘었고, 마흔이 넘어서야 처음 벼슬에 나아갔으므로 사람들은 모두 늦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벼슬에 나아가서 더욱 충실히 하여, 선대 임금이 공을 알아보시고 크게 쓰이게 되면서 하루 동안에 아홉 번 승진하여 높은 지위인 중추를 담당하게 됩니다. 별로 손질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성하게 뻗어 나간 나무와 같은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설(說) 갈래에서 자주 사용하는 탁물우의(託物寓意) 기법입니다. 구체적인 사물(밤나무)에 의탁하여 추상적인 뜻(인간의 성장과 성취)을 담는 것입니다. 밤나무의 느린 성장이 풍성한 결실로 이어지듯, 윤택의 늦은 출발이 큰 성취로 연결된다는 구조가 작품의 뼈대를 이룹니다.

### 물의 비유: 이치의 확장

백문보는 밤나무에 이어 물의 이치로 논의를 확장합니다. 풀과 나무의 뿌리가 깊으면 갈라져 올라오는 것이 높고, 싹이 트면 가지가 생겨 반드시 줄기를 이룹니다. 샘물이 옹덩이에 가득 차면 그 물이 조금씩 흘러나오다가 고이게 되고, 돌아 흐르면 못이 되어 반드시 바닥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느린 것은 반드시 빨라지고, 멈춘 것은 반드시 먼 곳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글쓴이는 밤나무라는 하나의 소재에서 출발하여 물이라는 또 다른 자연물로 논의를 넓히며, 대기만성의 이치가 자연 전체에 관통하는 보편적 원리임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윤 공의 영달은 곧 밤의 생장이고, 밤을 거두어 간직함은 곧 윤 공이 은퇴하는 것이라 정리하면서, 생장에는 세상을 돕는 도가 있고 간직함에는 삶을 수양하는 작용이 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 3. 수능 기출에서 설(說) 갈래는 이렇게 나왔다


### 유사 갈래 기출 사례

설(說) 갈래는 평가원 시험에서 복합 지문 형태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기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곡의 「차마설」은 2018년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되었습니다. 차마설 역시 말(馬)이라는 구체적 소재를 통해 인간의 도리를 이야기하는 탁물우의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출제 당시 표현상의 특징과 작품 간 비교를 묻는 문항이 출제되었고, 유추적 사고를 통해 소재와 주제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요구되었습니다.

성현의 「타농설」은 2025년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되었습니다. 타작하는 농부의 모습에서 인생의 이치를 끌어내는 구조로, 역시 탁물우의 기법이 핵심이었습니다.

### 설(說) 갈래 출제 포인트

수능에서 설(說) 갈래가 출제될 때 주로 물어보는 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추 구조 파악: 소재(밤나무)와 대상(인간의 삶) 사이의 대응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글쓴이의 관점: 소재를 통해 전달하려는 교훈이나 주제 의식은 무엇인가
표현상의 특징: 대구, 열거, 점층 등의 수사법이 어떤 효과를 내는가
복합 지문에서의 비교: 다른 설(說) 작품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 4. 심화 감상과 관련 작품

### 호설(號說)의 전통과 율정설

설(說)은 한문 산문의 대표적인 양식 중 하나로, 사물이나 현상의 이치를 풀어 설명하면서 글쓴이의 견해를 밝히는 글입니다. 율정설은 특히 호설(號說), 즉 당호(堂號)나 호(號)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그 속에 담긴 뜻을 해석하는 유형에 해당합니다. 율정이라는 당호가 단순히 밤나무가 많아서 붙인 이름이 아니라, 밤나무의 이치와 주인의 삶이 서로 통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임을 밝혀 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 역설적 이치: 느림이 곧 빠름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이지러지고 채워지며 빠지고 더해지는' 역설적 구조입니다. 밤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관찰하면, 처음의 어려움과 느림이 나중의 쉬움과 빠름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인내하면 성공한다'는 교훈을 넘어, 어려움 그 자체가 쉬움의 조건이 되고 느림 그 자체가 빠름의 토대가 된다는 자연의 순환적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수능특강 03번 문항의 보기에서도 이 역설적 이치에 주목하고 있으므로, 이 구조를 확실히 이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수능을 준비하면서 율정설과 함께 읽어 두면 좋은 설(說) 갈래 작품들입니다.

- 이곡 「차마설」: 말에 빗대어 인간의 도리를 이야기하는 탁물우의 구조 (2018년 6월 기출)
- 성현 「타농설」: 농부의 타작에서 삶의 이치를 발견하는 유추 구조 (2025년 6월 기출)
- 이규보 「슬견설」: 개를 통해 인간 세태를 풍자하는 구조
- 박지원 「호질」: 호랑이를 통해 양반 사회를 풍자하는 우화 구조

이들 작품은 모두 일상적 소재에서 출발하여 보편적 이치로 나아간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수능에서는 이러한 유추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주로 평가합니다.

## 5. 핵심 정리 및 학습 팁

- 갈래: 설(說) / 성격: 교훈적, 유추적 / 주제: 대기만성의 가치
- 핵심 구조: 밤나무(느린 성장 → 풍성한 결실) = 윤택(늦은 출발 → 큰 성취)
- 핵심 기법: 탁물우의(사물에 의탁하여 뜻을 전달), 유추
- 주요 표현: 대구법, 열거법, 점층법을 활용한 밤나무 생태 묘사

수능 대비 체크포인트:

1. 밤나무의 생태적 특성(심기-성장-잎-꽃-열매)과 윤택의 삶(늦은 과거-늦은 출사-빠른 승진)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정리해 둘 것
2. 글쓴이가 물의 비유를 추가로 사용한 이유와 효과를 파악할 것
3. 설(說) 갈래의 전형적 구조(소재 제시 → 이치 도출 → 인간에 적용)를 숙지할 것
4. 유사한 설(說) 작품(차마설, 타농설)과의 비교 감상을 준비할 것

수능특강 문학 1부 6강(p.29)에서 원문을 꼼꼼히 읽고, 밤나무의 각 성장 단계와 그에 대응하는 윤택의 삶의 단계를 정리해 두면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반응형